[기타] “그림의 떡” VS “공교육 다양화” 학종 확대에 찬반 논쟁 격화
본문
- “학생부종합전형, 입시정보 부족할 땐 그림의 떡”
- “학종 확대, 수업 다양화 공교육 질 높여” 반론도
- 교사들 “학생평가에 시간 소요…학종 확대 우려”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학생부 종합전형 이해도 증진 및 고교-대학 연계 강화를 위한 토크 콘서트’에서 숭의여고 진학부장인 정제원 교사 학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마련한 ‘대입정책포럼’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8일 서울교대 에듀웰센터에서 열린 제3차 대입정책포럼에서는 학생·학부모·교사 등 9명이 발제·토론자로 참여했다.
◇ “학종 확대로 ‘기록을 위한 학교생활’ 늘어”
북평고 3학년 김세현군은 “학교에서 학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는 등 공교육 내에서 정보가 부족한 경우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사교육을 받을 여건조차 안 되는 경우 학종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군은 학종의 핵심 평가요소인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능 대비에 바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 개개인을 모두 관찰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런 점을 학생들도 알고 있다”며 “학생들은 자신을 선생님에 알릴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학생부 기록이 과장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군은 학종을 위해 “교내대회를 준비하고 동아리활동, 학기말 교과연계활동, 독서활동 등을 통해 얻은 가치와 배움이 많다”며 “적어도 수능공부만 해온 아이들보다 집단생활·동아리활동·인성 등의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전성모여고 3학년 박혜린양도 학생부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양은 “학기말이 되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일정부분 학생부에 기재할 내용을 적어오라고 하거나 등급별로 차등을 두어 세부능력특기사항을 똑같이 기입한다”며 “학생들이 쓰는 학생부나 내신등급에 따라 기입하는 학생부는 사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고 평가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양은 대입에서 학종의 비중이 커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기록을 위한 학교생활’을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기록을 위해 관심 있는 활동, 하고 싶은 활동이 아닌 입시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한다”며 “학생부 기입 여부에 따라 학생들의 참여도와 참여태도가 다른데 이로 미루어 볼 때 학종이 오히려 이해타산적인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종은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구체적 미래 설계를 강요한다”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 하에서 학생들에게 희망 진로를 정하고 구체화시키라는 것은 무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학생부 학생이 써오는 경우도…신뢰도 낮다”
반면 도림고 2학년인 오승진군은 학교수업이 다양해지는 등 오히려 학종으로 공교육 질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오군은 “학종 실시 전까지는 학교 수업이 일대다식의 판서식 수업 위주였다”며 “학종이 확대되자 학생 참여수업이 증가하고 다양한 수업방식이 도입되는 등 학종이 공교육의 질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종이 생겨남으로써 지방 일반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문이 더 커졌다”며 “고교 3년간의 활동을 평가하는 학종은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본인의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고 평가했다.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종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군포 산본고 2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강봉근씨는 “학부모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 공교육이나 교육청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설 입시 컨설턴트를 찾게 된다”며 “이는 수시의 본래 목적이었던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사교육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학종 과도한 확대에 우려…“평가 시간 필요”
공주사대부고 2학년생 학부모 김인숙씨도 “많은 학생들이 부모의 인맥, 학원, 개인교사 등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 점에서 학종은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며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명고 2학년생 학부모 박귀옥씨는 “내신과 동아리, 봉사활등 등을 챙기다보면 수능시험과목과 학교수업 과목의 진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다”며 “학종으로 우리 아이도 진로, 봉사 등 모든 부분을 중시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학종을 긍정 평가했다.
우창영 휘문고 교사는 학종의 과도한 확대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학종은 학생에 대한 직접적 평가가 아니라 학생을 평가하는 교사나 학교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며 “훌륭한 코치를 만나면 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학생에 대해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가야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며 “물리적으로 충분한 평가를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학종이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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